일상/나의 하루

[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] 상황실 근무중 구조된 신은총 하사가 전한 침몰

Forever(2) 2010. 4. 1. 12:46

 

“쾅” 정신 잃은후 깨어나 보니 동료들 배에 매달려 “살려 달라”

천안함 침몰 엿새째인 31일. 경기도 성남시 율동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한 신은총(24) 하사를 만나러 온 외삼촌 최정삼(55)씨의 손에는 A4 용지 두 쪽짜리 원고가 쥐어져 있었다. 사고 당시 크게 다친 심 하사가 기도하며 버틴 절박한 상황을 옮겨 적은 글이라고 했다. 최씨의 원고를 토대로 사고부터 구조까지 신 하사가 겪은 전말을 재구성했다.

신 하사는 26일 밤 천안함 상황실에서 당직을 서고 있었다. 당직근무에서 빠진 승조원들이 취침을 준비할 때쯤 갑자기 ‘쾅’ 하는 소리가 나면서 배가 크게 기우뚱거렸다. 신 하사는 소리가 난 뒤쪽을 돌아봤는데 함미가 보이지 않았다.

앉아 있던 의자가 순식간에 뒤로 넘어가면서 신 하사는 책상에 무릎을 크게 찧었다. 바닥에 쓰러진 그의 몸 위로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, 온갖 물건이 떨어져내렸다. 신 하사는 정신을 잃었다.

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. 얼굴에 얼음물처럼 차가운 바닷물이 튀었다. 안경이 벗겨져 흐려진 시야로 보이는 것은 칠흑 같은 바다였다. 동료들은 배에 매달려 “살려 달라”고 소리 질렀다. 신 하사는 움직여보려 했지만 허리가 아파 꼼짝할 수 없었다.

죽음의 공포가 덮쳐왔다. 신 하사는 “하나님 도와주세요, 대원들을 살려주세요”라고 기도했다.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한 승조원이 다가와 두 팔을 버둥대는 신 하사에게 자신의 안경을 벗어 씌워줬다. 얼굴이 피범벅인 정종욱 상사가 보였다. 어디선가 “염려하지 마라. 곧 구출해주겠다”는 소리가 들렸다.

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신 하사는 다른 승조원들이 먼저 구출된 뒤 거의 마지막으로 구조됐다. 신 하사는 1시간 만에 들것에 실려 헬기로 옮겨졌다. 헬기에서 본 천안함은 신 하사가 있던 함수 부분마저 침몰하고 있었다. 함미는 가라앉은 지 오래였다. 헬기는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곧장 날았다. 응급조치가 끝난 다음날 오전 7시쯤, TV에는 뉴스 속보로 구조자와 실종자 명단이 나왔다. 신 하사는 눈물을 흘리며 동료의 생환을 기도했다. 신 하사의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간호장교는 TV를 꺼버렸다.

신 하사는 흉추 12번이 부러지고 요추 1번에 금이 갔다는 진단을 받았다. 골절된 오른쪽 무릎에 뼛조각이 생겼고 좌우 십자인대에 피가 많이 고였다. 주사기로 피를 뽑았지만 부기는 가라앉지 않았다. 신 하사는 생존자 가운데 가장 크게 다쳤다. 머리를 다친 정 상사와 함께 중환자실에서 누워 지내고 있다. 최대한 움직이지 않으며 허리뼈가 붙길 기다릴 뿐 퇴원 시기는 불명확하다.

신 하사는 요즘 기도의 힘으로 몸과 마음의 상처를 이겨내고 있다. 독실한 크리스천인 신 하사는 당직근무가 없는 일요일이면 승조원을 모아 갑판에서 예배를 진행하기도 했다.

성남=이경원 기자 neosarim@kmib.co.kr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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